보도자료

[뉴스1] 용암이 만든 '칠흙 같은 어둠'…화산의 숨결 느끼며 걷는 17일
  • 관리자|2020-07-28

새까맣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 빛이 통하지 않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안전모에 매달린 헤드랜턴, 그리고 손전등의 빛을 동원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어둠을 만든 것은 1100도 이상의 새빨갛게 끓어오르는 용암이다. 약 1만년 전, 제주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은 현재의 월정리 해변까지 흘러갔다. 그렇게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형성됐다.

'화산의 숨결'은 어둠 속에 동굴을 숨겼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세월이 흘러 모습을 드러낸 동굴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오는 9월4일부터 20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2020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에서 공개될 구간인 제주 만장굴의 미공개 구간을 최근 미리 찾았다.

동굴은 다양한 용암생성물들로 이뤄져 있었다. 상어 이빨의 모양을 한 용암종유, 촛농이 바닥에 쌓인 것 같은 용암석순, 선반처럼 굳어진 용암선반 등이 보였다. 울퉁불퉁한 벽면의 모습, 그리고 바닥은 밧줄을 꼬아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행한 기진석 제주 세계자연유산본부센터 학예사는 "비공개 구간에는 용암이 흐를 때 점성과 방향을 지시하는 밧줄 구조 같은 게 많이 발달해 있다"며 "용암 동굴 형성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학술적으로 중요한 동굴"이라고 말했다.

 

용암은 만장굴 이외에도 다양한 동굴을 만들었다. 거문오름에서 시작된 용암은 벵뒤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굴, 당처물굴에 이어 월정리해변까지 이어졌다. 이번 축전에서는 일부 공개된 구간부터 평소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동굴의 입구와 내부까지 특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만년의 시간을 함께 걷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트레킹 코스는 총 3개의 구간으로 구성됐다. 1구간은 거문오름에서 웃산전굴까지 이어진다. 다양한 식생이 분포한 숲길에 이어 등장하는 거대한 웃산전굴의 입구는 마치 공룡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2-1구간과 2-2구간은 각각 웃산전굴에서 한울랜드, 한울랜드에서 만장굴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에 있는 북오름굴은 동굴 중간에 뻥 뚫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용암이 이곳을 흘러 동굴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 뚫린 동굴에서 일반 식물들이 자라난 모습 등 자연의 신비를 볼 수 있게 한다.

마지막 3구간은 만장굴에서 월정리 해변까지다. 3개 구간 탐방은 사전신청한 사람들만 가능하며, 일부 구간은 사전신청을 통해 선발된 탐험대만 경험할 수 있다. 

 

성산일출봉 우뭇개해안 및 일원에서는 9월5일 개막기념식과 본공연인 실경공연 '제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열린다. 제주의 자연에 깃든 신화와 사람의 이야기가 성산일출봉 절벽을 배경이 돼 영상이 투사되며 펼쳐진다.

9월19일에는 제주밭담테마공원 앞 해상 빌레지역에서 폐막기념식 '영원의 불, 새빛을 품다'이 열린다. 설치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대형 상징물을 불태우는 버닝 페스티벌이다.

이외에도 20여명의 작가들이 각 구간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작품을 만들어 펼쳐낸 아트프로젝트 등이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각 프로그램 참여는 무료이고, 예약은 8월4일부터다. 이를 통해 국내 유일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 3곳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김태욱 세계유산축전 총감독은 "단순 풍광을 넘어 유네스코 자연유산의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구간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자연유산이란 공간을 보존해야 할 것인가,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사는 지구에서 위대한 자연이 허락하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조심스럽게 하고자 한다"며 "산티아고 순례길보다 훌륭할 것 같다"고 했다. 

 

 

■ 원문https://www.news1.kr/articles/?4008437 

■ 보도매체 : 뉴스1(https://www.news1.kr) 

■ 보도일자 : 2020.07.28 

■ 작성기자 : 이기림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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